한식(寒食)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이다. 올해는 식목일 다음날(4월6일)이다. 설날ㆍ단오ㆍ추석과 함께 제사ㆍ성묘를 하는 우리 민족의 4대 명절중 하나이기도 하다. 보통 청명(淸明, 올해 4월5일)일과 겹치거나 하루 다음 날이다. ‘한식에 죽나 청명에 죽나’(오십보ㆍ백보라는 뜻)라는 속담은 이래서 나왔다.
한식 [寒食]의 유래
엄밀히 말하면 한식은 우리 고유의 명절은 아니다. 요리에 불을 사용하는 화식(火食)을 금하고 찬 음식만 먹는 고대 중국의 풍습에서 유래했다.
한식의 탄생 고사에 등장하는 인물은 중국 춘추시대의 은사(隱士) 개자추(介子推)다. 그는 진(晉)나라 왕인 아버지 헌공(獻公)에게 추방당한 문공(文公)을 19년이나 모셨다. 문공이 복권돼 왕이 된 뒤 자신을 부르지 않자 그는 노모와 함께 면산(綿山)에 들어가 나무장수를 하며 생활했다.
몇 년 뒤 문공이 그를 찾았으나 등용을 거부했다. 그를 하산하게 하려고 산에 불을 놓았으나 불에 타서 죽었다. 그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더운밥을 삼가게 됐다는 것이 한식의 유래다. 그래서 한식을 금연일(禁烟日)ㆍ숙식(熟食)ㆍ냉절(冷節)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선조들이 언제부터 한식을 명절로 삼았는지는 불분명하다. 고려 문종 때(1070년) 한식과 연등 날짜가 겹쳐 연등을 다른 날로 바꿨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도 한식은 명절이었다. 이날 민간에선 산에 올라 성묘를 했고 농가에선 밭에 나가 씨를 뿌렸다.
한식 [寒食]의 절식
한식의 절식(節食)은 쑥떡ㆍ쑥탕(쑥국) 등 쑥을 재료로 한 음식이다. 파란 빛깔의 쑥떡은 쑥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음식이다. 쑥떡은 한식에 며칠 앞선 삼짇날(음력 3월3일, 올해 4월2일)의 절식이기도 하다. 중국 주(周)나라의 유왕(幽王)이 너무 방탕해서 이를 걱정한 신하들이 삼짇날에 쑥떡을 바쳤더니 나라가 크게 태평해졌다는 고사가 전해진다. 이때부터 쑥떡은 장수(長壽)를 돕고 사기(邪氣)를 쫓는 음식으로 간주됐다. 또 삼짇날ㆍ한식 등 음력 3월의 시식(時食)으로 발전했다.
쑥의 제철은 늦은 봄(5월 이후)이다. 옛 사람들이 삼짇날ㆍ한식에 쑥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봄을 더욱 싱그럽게 하는 쑥떡의 제조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린 쑥을 찹쌀가루와 함께 절구에 넣고 부드럽게 찧어서 버무린 뒤 시루에 안쳐서 푹 쪄내면 완성이다. 켜켜이 안칠 때 사이에 팥소를 얹어 찐다.
쑥된장국도 한식의 절식이다. 된장을 듬뿍 풀어 넣은 국에 어린 쑥을 넣어 끓인 음식이 쑥된장국이다. 밥상에 올리려면 먼저 쑥(400g) 뿌리를 잘라내고 다듬어 씻은 뒤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이어 쌀뜨물(6컵)에 국물용 멸치(20g)를 넣어 멸치 국물을 우려낸다. 멸치 국물에 된장 2 큰 술을 풀어넣고 끓이다가 미리 준비해둔 쑥을 넣고 잠깐 더 끓으면 쑥된장국이 완성된다. 이때 쑥을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맛을 내는 요령이다.
애탕(艾湯)이란 봄철 쑥 음식도 있다. 한방에선 쑥을 애엽(艾葉)이라 하므로 애탕은 쑥탕이다. 애탕은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음식이다. 데친 쑥을 고기와 함께 이기고 빚은 뒤 여기에 계란을 씌워 완자를 만든 다음 펄펄 끓는 장국에 넣으면 애탕 요리 끝이다.
우리 조상이 한식에 청명주(淸明酒)를 즐기면서 쑥떡ㆍ쑥국을 함께 드신 것은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활의 지혜다. 한식의 절주(節酒)인 청명주는 21일간 발효해 빚어낸 청주다. 엿기름을 사용해 맛이 달기 때문에 술을 잘 못하는 사람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청명일에 마시기 위해 담갔다고 하여 청명주란 이름이 붙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익(李瀷)이 평생 즐겨 마신 술로도 유명하다.
한식날의 식사 대용식인 한식면(寒食麵)은 일종의 메밀국수다. 이 무렵에 잡은 조기를 한식사리라 한다. 우리 조상에게 쑥은 삶의 애환이 깃든 봄나물이다. 봄에 먹을 것이 떨어지는 춘궁기에 쑥국ㆍ쑥떡ㆍ쑥죽은 식사대용이었다.
온 몸이 나른해지는 봄은 춘곤증의 계절이다. 식욕도 멀찌감치 달아난다. 이 시기에 쑥 내음은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리는데 효과 만점이다. 쑥인절미ㆍ쑥떡ㆍ쑥굴리ㆍ쑥전ㆍ쑥단자ㆍ쑥버무리ㆍ쑥된장국은 훌륭한 식욕촉진제다. 쑥은 향기가 독특하고 강해서 음식의 단독재료로 쓰기가 쉽지 않다. 쑥만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은 쑥튀김이 거의 유일하다.
쑥 속에 함유된 영양소
비타민 A(베타카로틴 포함)ㆍ비타민 Cㆍ식이섬유ㆍ엽록소가 풍부하다는 것이 쑥의영양상 매력이다. 특히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환절기 감기 예방과 봄철 피부 보호에 쑥이 이롭다’는 말이 있다. 이는 비타민 C가 많이 들어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는 쑥을 80g만 섭취해도 하루 필요량을 거의 보충할 수 있을 정도다. 비타민 A는 열에 강한 편이어서 쑥의 조리 도중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엽록소는 쑥이 파란 이유다. 쑥을 데치기 전에 소금물에 살짝 담그는 것이 푸른색(엽록소)을 오래 보전하는 요령이다. 일부 음식점에선 소금 대신 소다를 넣어 쑥의 푸른빛을 유지시킨다. 소다가 건강에 특별히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소다를 첨가하면 쑥에 함유된 비타민 B군이 대량 파괴된다는 것이 손해다. 소다를 넣으면 쑥이 물러져 먹을 때 질감도 떨어진다.
여성에게 좋은 쑥
쑥은 봄나물 중 가장 늦게 시장에 나온다. 음력 5월5일 단오(올해 6월2일)에 채취한 것이 약성(藥性)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쑥은 예부터 한방이나 민간요법의 약재로 널리 쓰였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 한방에서 쑥은 성질이 따뜻해서 양기를 보충하는 약재로 친다. 먹으면 손발이나 복부가 따뜻해진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발이나 아랫배가 찬 냉증 환자에게 쑥 섭취와 함께 쑥뜸 치료를 권장한다.
한방에선 생리 때마다 여드름이 생겨 고민인 젊은 여성에게 쑥을 추천한다. 생리 전후 여드름이 심해지는 것은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탓으로 봐서다. 자궁에 어혈(瘀血, 뭉쳐 있는 피)이 몰리면서 따뜻한 기운이 하체로 내려오지 못하고 위로 치솟기 때문에 얼굴에 여드름이 돋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의서인 ‘본초강목’엔 쑥이“속을 덥게 하고 냉을 쫓으며 습(濕)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몸이 데워지면 혈액순환이 잘 된다는 이유로 한방에서 쑥은 혈액순환 개선제로 간주된다. 생리 불순ㆍ생리통ㆍ자궁 질환 여성에게 처방되는 것은 이래서다.
민간에선 쑥을 코피를 막는 지혈제나 설사약으로 썼다. 코피가 멎지 않으면 쑥을 태운 재를 콧구멍에 붙였다. 설사가 오래 지속되면 쑥 우린 물을 마시라고 권했다. 말린 쑥 한줌과 생강 한 뿌리를 물(600㎖)에 넣고 물의 양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푹 달인 쑥물을 하루 세 번 마실 것을 주문했다.
쑥엔 환각 성분도 극소량 들어 있다. 압신틴(absinthin)이란 쓴맛 성분이다. 쑥을 음식으로 먹을 때는 삶아서 물에 하룻밤 우려내는 것이 좋다. 압신틴은 입맛을 되살리고 위액분비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지만 과량 섭취는 금물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술 압생트(absinthe)의 주성분이 쑥(잎과 줄기)이다. 압생트는 창의적 상상력을 높여준다고 하여 예술가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 압생트를 상습 음주하면 압신틴 중독(absinthism)에 빠져 신경과민ㆍ환각 경험 등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유럽에선 20세기 초부터 압생트 음주를 법으로 금했다. 37세에 자살한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호도 열렬한 압생트 애호가였다.
글 /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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