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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과메기는 겨울철에 제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웰빙 수산물이다. 예부터 대구는 한반도 연안에서 한겨울에 주로 잡히는 생선이다. 육질이 기름기가 적어서 담백한 음식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식성에 딱 들어 맞는다. 동해를 대표하는 수산물 중 하나지만 1950년대까지는 진해만 일원과 남해에서도 많이 잡혔다. 하지만 심하게 남획돼 멸종되다시피 했다. 90년대 들어 정부가 인공부화방류(人工孵化放流)에 힘쓰고 있으나 국산 대구를 맛 보긴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대구' 라는 말은 이때 생겼다. 대구는 대표적인 흰살 생선이다. 흰살 생선답게 지방함량(100g당 0.5g)이 낮아 맛이 담백하나 시원한 맛도 난다. 그래서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어린이도 별 거부감 없이 먹는다. 이유식, 환자식, 노인식으로도 그만이다. 대구로 만든 젓갈도 기름기가 적은데다 국물이 탁하지 않아 김장용 젓갈로 널리 쓰인다.
'눈 본 대구, 비 본 청어' 란 속담이 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엔 대구가, 비가 내리는 봄엔 청어가 많이 잡힌다는 의미다. 대구는 산란기인 12월~이듬해 2월이 제철이다. 요즘이 맛, 영양의 절정기이며 봄이 되면 기름기가 쏙 빠져 맛이 떨어진다. 대구는 겨울에 알을 낳기 위해 동해와 남해 연안의 얕은 바다로 회유한다. 한때는 영일만, 진해만이 유명 산란지였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탓인지 1990년대 이후 진해만에서 구경하기 힘든 생선이 되었다.
흰살 생선답게 저(低)열량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100g당 열량이 80kcal 같은 무게의 명태(80kcal)나 단감(83kcal) 수준이다. 필수 아미노산, 특히 쌀에 부족한 라이신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것이 대구를 돋보이게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피로회복, 시력개선, 간 기능 강화 등을 돕는 아미노산인 타우린도 풍부하다. 일반적으로 대구는 회로는 잘 먹지 않았다. 넙치,도미 등과는 달리 살이 부드럽고 잘 상해서다. 대개는 살아있는 것만 횟감으로 쓴다.
대구는 탕, 뽈찜, 목살찜, 소금구이 등 다양한 요리에 들어간다. 예부터 대구탕은 애주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맛이 시원해서 술 마신 다음날 먹어도 별 부담스럽지 않고 숙취 해소에 유익하다고 여겨서다. 우리 선조는 산후에 젖이 부족한 산모를 위해서도 대구탕을 끓였다. 대구탕은 대구의 배를 갈라 창자를 들어낸 뒤 4~5 토막을 내고 무 같은 것을 썰어 넣은 음식이다. 대구뽈찜, 대구뽈탕은 대구 대가리를 이용한 음식이다. 대구 대가리엔 콜라겐, 젤라틴이 풍부해 맛이 쫀득하다. 한방에선 콜라겐을 관절 건강에 이르는 성분으로 본다. 대구살보다 대구뽈이 더 비싼것은 그래서다.
내장엔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탕요리를 할 때 대개는 내장을 넣는다. 배를 가를 때 쓸개를 건드리면 안 된다. 쓸개가 터지면 쓴 맛 탓에 먹기 힘들다. 대구는 젓갈의 원료로도 널리 쓰인다. 아가미젓, 알젓, 내장젓, 고니젓 등은 예부터 즐겨온 발효식품이다. 약점은 근육이 너무 연해 선도(鮮度)가 빨리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래 보관한 대구로 탕, 찜 등을 하면 끓일 때 국물 위에 거품이 많아진다. 이 거품은 반드시 걷어내야 잡맛이 사라진다. 가급적 생 대구로 탕, 찜, 구이 등 조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보관이 불가피하다면 한 토막씩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냉동 보관한 것도 가능한 한 1주일 이내에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동 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는 스펀지 현상이 일어나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 부분을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이 양질의 대구다. 또 몸통은 푸른빛이 돌며 아가미는 선홍색인 것이 상품이다. 외양도 머리부터 꼬리까지 반듯한 게 낫다. 비린내가 심하게 나거나 어두운 적갈색을 띤 것은 잡힌 지 오래된 것이기 십상이다. 대구는 버릴 게 거의 없다. 눈알은 영양가가 높고 맛이 뛰어나 고급 요리의 재료로 사용된다. 알과 간도 유용하다. 명란젓(원래는 명태알로 제조) 의 원료이기도 한 대구 알엔 '회춘 비타민', '생식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하다. 진해에선 알이 든 채로 말린 통대구를 '약대구'라 부른다. 훌륭한 술안줏감으로 친다. 살(근육)과 달리 대구 간엔 지방이 많다. 대구 간에서 추출한 간유(肝油)는 영양제로 사용된다. 눈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 A, 칼슘의 흡수를 돕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비타민 D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구(大口)란 이름은 입이 크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엔 "구어(口漁, 대구를 뜻함)는 맛이 짜고 독이 없으며 기(氣)를 보(補)한다"고 쓰여있다. 입이 크니 자연히 머리도 크다. 그래서 별명이 대두어(大頭漁)다.
"진달래꽃 피면 청어 배 돛 단다" 는 속담도 있다. 진달래꽃이 피는 봄은 청어가 많이 나는 시기이므로 청어를 잡는 배가 돛을 달고 출항한다는 뜻이다.청어는 다른 말로 비웃이라고 한다. 청어 말린 것은 관목(貫目)이라 부른다. 과메기란 명칭도 '말린 청어' (乾靑魚)를 가리키는 관목에서 유래했다. 관목에서 관메로 변했다가 다시 과메기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청어를 짚으로 엮은 뒤 겨울 해풍에 보름가량 얼렸다 말렸다를 반복하면 기름기가 쏙 빠진 담백하고 고소한 청어 과메기가 만들어진다. 밤엔 얼고 낮엔 녹으면서 청어가 발효, 건조돼 독특한 풍미가 난다. 초고추장과 생미역을 곁들이면 겨울철 별미로 손색없다.
1970년데 이후엔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주로 제조하는데 한국전쟁 이후 청어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또 청어는 얼리는 데 오래걸리고 포항 주위에선 온도가 아주 내려가지 않으면 상할 가능성이 있어 어육의 두께가 청어보다 얇은 꽁치를 과메기의 원료로 이용하게 됐다. 따라서 요즘 과메기는 포항 구룡포 등에서 겨울철에 꽁치를 짚으로 엮은 뒤 바닷가 덕장에 매달아 찬바람에 꽁꽁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존득존득하게 말린 것을 가리킨다. 동해에서 갓 잡은 신선한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뒀다가 12월부터 바깥에 내다 걸어 자연 상태에서 냉동과 해동을 거듭한다. 과메기는 다리 둘로 나뉜다. 꽁치를 통째로 보름가량 말린 것이 '통마리', 배를 따고 반으로 가른 뒤 사나흘 건조시킨 것이 '배지기'다.현지인은 '통마리'를 선호하지만 외지인에겐 '배지기'가 더 인기다. 고소하고 물기가 적어서다.
꽁치가 가을(10~11월) 생선이라면 과메기의 제철은 겨울(11월~이듬해 3월)이다. 말리는 과정에서 혈관 건강에 이로운 DHA, EPA 등 오메가-3 지방 함량이 꽁치나 청어보다 많아진다는 것이 과메기의 매력이다. 피부노화, 체력저하, 뇌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핵산도 더 많다. 또 꽁치와는 달리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속살이 곶감처럼 불그스레한 과메기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 콩나물, 아스파라거스에 함유)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혈액 순환에 유익한 오메가-3 지방(과메기),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파, 양파, 마늘 등), 변비, 비만 예방을 돕는 알긴산(식이섬유의 일종, 김, 미역, 다시마 등)을 한꺼번에 섭취 할 수 있는 음식이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우리 선조들이 한식(寒食) 전후에 절기(節氣)음식으로 즐긴 애탕(艾湯)에도 과메기가 들어간다. 애탕은 쑥과 고기를 빚어 만든 완자에 밀가루와 달걀을 묻힌 뒤 장국에 넣어 끓여 먹는 쑥국이다. 여린 쑥을 넣어 국을 끓일 때 음력 10월에 나는 과메기를 넣고 끓이면 쑥의 쓴맛과 청어의 기름기가 색다른 맛을 연출한다.
글 /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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